DUCKY ZERO 3087 PINK 청축 사용 후기

 기계식 키보드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사실 Ducky ZERO 3087은 처음 듣는 제품 이름이 아닐 겁니다. 3087은 저렴한 대만산 기계식 키보드로, 작년 8 월경 국내에는 출시 되지 않았음에도 관련 커뮤니티들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오테뮤나 카일 등 스위치를 사용한 10만 원 이하 기계식 키보드가 다양하게 나왔다지만, 체리식 스위치에 PBT 키캡까지 사용한 키보드가 이 가격에?

 하지만 그 열기는 놀랄 만치 빠르게 식었습니다. 타오바오 등 해외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한 사용자들에 의해 몇몇 불만 사항이 강하게 제기되었는데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상태가 엉망인 스테빌라이저가 있었습니다. 철심 소음도 심하였고 납땜이 부실하였으며 유격 문제도 존재했습니다. 저도 지금과 다른 색상으로 구입하였었는데 당시 이래저래 마음에 안 들어 주변 지인에게 방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Ducky의 한국 공식 유통사인 브라보텍(펀키스)에선 이런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며 국내에 Ducky ZERO 3087을 정식 출시하였습니다. 확실히 몇몇 문제점이 개선되었다면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되는 체리 스위치 키보드가 있을까? 직접 확인도 해보고 서브 키보드를 하나 만들 겸 핑크 청축으로 다시 구입했습니다.

▲ 제품소개

 해당 3087의 스펙에서 인상 깊은 것이라면 역시 체리 스위치, PBT 키캡, 체리식 스테빌라이저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각인 방식은 레이저 인쇄이지만 측각이기 때문에 손과 닿을 일이 적어 아무 문제 없이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 가격대에서는 보기 드문 텐키리스 키보드이고 또한 하드웨어 매크로를 지원하고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스위치 체결방식이 역방향인데요. 이는 두껍고 낮은 키캡 사용시 간섭이 생겨 키캡놀이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다소 아쉬울 것입니다. 해당 제품은 LED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굳이 역방향으로 해야할 이유는 없었겠으나, 제품 메뉴얼을 보면 해외판 3087은 LED가 있는 버전이 함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기판을 공유하면서 해당 제품도 역방향을 사용하는 것이겠죠. 이는 간단한 개조를 통해서도 제품에 어울리는 LED 추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 제품개봉 및 살펴보기

 깔끔한 패키징 안에 구성품들이 들어있습니다. 다만 봉인 라벨은 존재하지 않고 단단히 상자의 결합부가 고정되어 있습니다.

 키보드는 궁금증에 냅다 케이블과 체결하여 컴퓨터에 연결하였습니다.

 키보드와 연결 케이블을 제외한 구성품으로는 키보드 루프, 키캡 리무버, 포인트 키캡, 품질보증서, 제품 메뉴얼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이 구성품들부터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공되는 키보드 루프는 살짝 아쉬운 것이, 조금 비틀려 딱 맞게 놓여지지 않습니다. 다른 구매자들의 후기를 보니 다들 편차가 좀 있는 모양인데 먼지 유입을 막기 위한 덮개로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루프가 두꺼운 것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간혹 중저가형 키보드에서 정말 바람에 훌렁거릴 정도로 얇디얇은 루프를 제공하는 것도 적지 않게 봐와서요. ^^;;

 키보드를 사면 동봉된 키캡 리무버는 보통 2종류로 나뉘어집니다. 플라스틱 고리형이거나 와이어형으로요. 저는 플라스틱 고리형은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리무버가 키캡의 옆면을 긁게되어 상처를 주게되므로 3087에 제공된 것과 같은 와이어형을 선호합니다. 거기다 키보드와 깔맞춤같은 핑크색이라니... 정말 핑크 사소한 곳에서도 핑크 투성이 제품입니다.

 정상가 79,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구성품들이 해당 포인트 키캡까지 더해져 타 제품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포인트 키캡도 조금 더 진한 핑크빛으로 상당히 예쁘게 나왔으나 저는 통일된 핑크만을 극대화하고 싶어 교체하지 않았습니다.

 기본 키캡이 측각인데 포인트 키캡은 정각이라는 것은 제 기준에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제 중요한 키보드를 살펴봅시다.

 어우야.... 핑크핑크해서 참 마음에 듭니다. 정말 핑크핑크해요. 핑크핑크.

 기존 해외판 구입시 하우징 우측 하단에 자리하고 있던 Akko x Ducky는 국내 정발판에선 삭제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주변의 칙칙한 분위기를 이 키보드 하나가 확 살려주네요.

 키캡 리무버를 사용해서 스위치와 스테빌라이저를 확인해보면, 체리식 스테빌라저와 역방향 체결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스테빌이 상당히 개선되었고 윤활도 잘 되어있습니다.

 각인은 측각 레이저 인쇄로, 분홍이라는 키캡 색에 부담스럽지 않게 영문 각인과 한글 각인이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이 핑크핑크한 분위기는 마지막 인디케이터 LED 로 정점을 찍어줍니다 .

 너무 색이 잘 통일되어있어 감히 다른 키캡으로 키캡놀이 할 생각이 들지 않아버리네요.

Ducky zero 3087은 제품의 뒷면을 보아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제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높이 조절 받침대는 2개가 별도로 되어있습니다. 높이조절 받침대가 모두 접혀진 옆모습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기본적인 경사각을 포함하여 총  3단계의 높이 조절이 가능하며 키보드를 단단히 지지해줍니다. 또한 미끄러짐 방지를 위한 긴 범폰도 키보드를 바닥에 충실히 붙잡아줍니다.

 이 제품에서 특히 잘 만들어졌다 생각하는 것은 이 USB C타입 케이블을 연결하는 부분입니다. 탈착식임에도 저 양옆 지지대의 존재로 인해 결합이 간단히 밀어넣는 것만으로도 단단하게 되는데요, 몇번 어설픈 결합부들로 인해 고생했던 저로서는 어줍잖은 탈착식보다 일체형을 선호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3087 정도로 튼튼하고 안전하게 연결이 된다면 당연히 교체가 편한 탈착식이 더 좋겠죠.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사소한 부분에서도 제품에 많은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는 요소였습니다 .

 체리 스위치에 PBT 키캡을 사용한 키보드가 가격까지 저렴하니 분명 제품에 소홀한 점들이 여러곳에서 보일 법 함에도 크게 모난 곳 없이 제품은 잘 만들어졌습니다. 전반적인 마감이 훌륭하여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 실사용 후기

 체리 청축 특유의 가볍고 경쾌한 타건감이 잘 살아있습니다. 통울림과 스테빌 소음이 조금 느껴지기는 하지만 충분히 이해 가능한 범위이며 스테빌라이저는 다른 중저가형 기계식 키보드들보다 훨씬 잘 잡혀있었습니다. 제품을 개선하여 출시했다는 브라보텍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총평

 DUCKY ZERO 3087 PINK 청축은 79,000 ~ 8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서 보기 힘든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다나와 키보드 항목에서 체리 스위치, PBT 키캡, 텐키리스 조건으로 검색하였을 때 해당 제품을 제외하고 가장 저렴한 제품이 99,000원입니다. 물론 이 제품이 상위 라인업에 버금가는 키보드는 아닙니다. 하지만 10만 원 이하라는 가격대에서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제품이라 생각됩니다. 키보드의 분홍이라는 색상에 맞춰진 부속품들까지 정말 잘 만들어졌습니다.

해당 제품을 추천 드리는 분들로는

1. 기계식 키보드에 입문하시는 분

2. 저렴한 오테뮤나 카일 스위치에 질려 10만 원 이하에서 체리 스위치와 PBT 키캡을 써보고 싶으신 분

3. 가볍게 가지고 놀 서브용 키보드가 필요하신 분

이런 분들께 절대 후회하지 않으시리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