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키보드를 만났습니다.

 사진편집 때문에 맥북을 쓰고 있습니다. 

모니터 앞에 맥북을 놓고 키보드겸 보조모니터로 사용하다가 이래저래 불편해서 필코 미닐라 에어라는 키보드를 장만했습니다. 

필코 마제스터치 갈축 키보드를 기분좋게 사용했던 기억이 있고, 기왕이면 무선이 낫겠다 싶어 고른 키보드였습니다. 아이맥도 쓰고 있어서 애플 키보드는 일찌감치 제외했습니다. 예쁘고 썩 좋지 않은 키보드입니다. 

맥용 키보드를 찾기 어려웠던 것도 이유였습니다.  미닐라 왼쪽 윈도우키 측면에는 맥용 커맨드키가 각인돼 있거든요. 

몇 년 사용하다가 두 가지 문제로 키보드를 바꾸게 됐습니다. 

하나는 오른쪽 시프트키가 너무 작어서였고, 다른 하나는 블루투스 연결 오류가 잦아서였습니다. 

이런저런 키보드를 찾아보다가 funkeys 홈페이지에서 바밀로 맥용 키보드를 주문했습니다. 

이틀 사용해보니 제가 원하던 키보드네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1. 맥용 키보드 

 정말 맥에 딱 맞는 키보드입니다. 게다가 볼륨, 화면밝기 등의 기능키까지 제대로 배열돼 있습니다. 이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2. 정상적인 오른쪽 시프트키

 미닐라를 사용하면서 은근히 스트레스가 컸습니다. 좀 피곤할 때는 오타가 늘어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3. F13~F15키 활용

 사진편집 프로그램 Capture One Pro의 컬러태그를 매핑할 여분의 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진을 빠듯한 마감 시간 안에 편집해야 할 때가 많아서 컬러태그를 자주 사용합니다.

 매번 컬러태그 색을 기억할 때 신경이 쓰였는데, 이제 스트레스가 사라졌습니다. 

4. 유선 키보드

  무선 키보드에 질색했습니다. 트랙패드도 가끔 연결이 불안정해지는 걸 보면 키보드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미닐라는 좀 심했습니다. 

  USB 허브를 따로 사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안정적인 사용환경이 우선이었습니다. 

5. 디자인, 가격 등

지나치게 화려한 키보드들이 눈에 안 찼습니다.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격도 적당했고요. 

6. led로 상태를 알 수 있는 caps lock키 

 이것도 뜻밖의 장점이었습니다. 맥에서 caps lock키는 짧게 누르면 한영전환, 조금 길게 눌러야 대소문자전환키로 작동합니다. 

 상태등이 없으면 꽤 불편합니다. 다른 키보드들에는 기본 기능일지 모르겠네요. 미닐라에는 없습니다. -_-

7. 저소음 적축 스위치의 단아한 느낌

 갈축 스위치가 있었다면 그걸 샀을지 모릅니다. 갈축 스위치는 십여 년 동안 만족스럽게 썼거든요. 

 다른 스위치를 시도할 필요가 없었는데 재고가 없어서 저소음 적축 스위치로 샀습니다. 

 하루 써보니 정말 좋네요. 번잡한 느낌을 제거한 스위치입니다. 

 부드러운데 물컹거리지는 않습니다. 예전 필코 갈축의 경쾌한 걸림과 충격이 불필요한 느낌이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이제 손가락 관절을 배려하게 됐다 싶기도 합니다. 

 정갈하고 순간 단호해지는 느낌. '단아'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키보드입니다. 

아직 키캡의 까끌거리는 감촉은 완전히 적응이 안 됐습니다만, 밋밋할 수 있는 스위치의 느낌을 상쇄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쉬운 건 한글각인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글 자판을 잘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있는 게 더 마음이 편합니다. 

지금 키캡과 같은 색의 바밀로 한글각인 키캡이 나오면 얼른 주문해야겠습니다. 엑셀을 가끔 쓸 때가 있어서 바밀로 숫자키패드도 판매하는지 봐야겠네요. (가끔 funkeys 사이트에 들러야겠습니다. 조금 귀찮은데 말이죠   -_-;; )

caps lock키 스위치가 아주아주 조금 비틀어져 있는지 키캡이 조금 기울어져 있습니다만, 크게 신경쓰이는 건 아닙니다. 

기본기가 튼실한 맥용 키보드를 만들고 판매해 주는 바밀로, 펀키스(브라보텍) 두 회사에 감사드립니다. 

일상적인 제조와 영업일지 모르지만, 이런 제품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는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오늘 아침 보고서 하나를 새로운 키보드로 잘 마무리하고, 고마운 마음에, 한 숨 쉴 겸 후기를 남깁니다.